역사

천사들은 왜 ‘언어’를 연구했을까

이목집 2026. 5. 7. 06:14

천사들은 왜 ‘언어’를 연구했을까

― 『천사들의 문법』을 읽고

우리는 보통 언어를 ‘소통의 도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감정을 전하는 수단 말입니다.

그런데 역사 속 어떤 사람들은 언어를 훨씬 더 깊고 신성한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며,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철학자 피코 델라 미란돌라 역시 그렇게 믿었던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천사들의 문법』은 단순한 역사책도, 철학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언어와 인간, 신과 지식, 그리고 르네상스의 지적 열망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독특한 인문 교양서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꽤 현실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말을 너무 가볍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1.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가 언어에 집착한 이유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수많은 언어를 익혔고, 철학·신학·고전학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박학다식’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언어 자체에 인간 정신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히브리어·그리스어·라틴어 같은 고대 언어 속에 신의 질서와 우주의 구조가 숨어 있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게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통로였습니다.

2. 말이 가벼워진 시대

요즘은 하루에도 수천 개의 문장이 쏟아집니다. 짧은 영상, 자극적인 제목, 빠른 댓글, 즉각적인 반응.

속도는 빨라졌지만, 깊이는 얕아진 느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책임 없이 말을 던지고, 또 누군가는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이기기 위해 말합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언어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말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잃고 있을까?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 학자들의 언어 탐구를 따라가며, 인간이 왜 끊임없이 ‘이름 붙이기’를 시도해왔는지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3. 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언어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요즘의 AI 시대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기계도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대화를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인간의 언어 능력을 상당 부분 따라온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언어가 있습니다.

  • 진심이 담긴 위로
  • 삶을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
  • 침묵까지 포함하는 깊은 대화

AI는 문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삶의 체온까지 완전히 흉내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앞으로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4. 인간은 결국 ‘말’로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품격은 말에서 드러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상대를 존중하며 말하는 태도. 상처를 줄이려는 배려. 누군가를 살리는 한마디.

그런 것들이 결국 한 사람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은 언어 안에서 신성과 진리를 찾으려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말의 힘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요즘 “나는 어떤 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은 꽤 조용하지만 깊은 질문을 건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두 번째 청춘, 이목집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